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총학생회 주관으로 투표하여 채플거부를 결의하였다고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미션계통의 학교에서 채플을 거부하였다니...몇년전 대광고등학교에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다 퇴학당하고 나서 학교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작년에 대법원에서 일부승소판결을 받았던 강의석군 사건이 생각이 나서 혹시 또 다른 종교적 갈등인가 궁금해서 알아 보았다.
채플이란 |
채플(Chapel)은 본래 예배당, 기도소 등 장소를 뜻한다. 하지만 보통 채플이라고 하면 기독교계통의 학교에서 가지는 예배모임으로 알고 있다. 미션계통의 학교는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채플시간에 참여토록 한다.
이화여대의 경우에도 채플을 훈련학점이라고 하여 졸업할 때까지 8학기간 이수해야 하며 낙제하면 다음학기에 수업 2개를 들어야 하는 식으로 무조건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졸업하는 학기까지도 이수를 할 수가 없으면 별도의 과제(설교를 듣고 감상문을 쓰거나 봉사활동을 지시받기도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를 제출하여야 하는 등 까다롭기 때문에 전공과목보다도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이 채플이라는 과목이다
한편 동국대학교 등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에도 교양필수과목으로 불교관련 과목을 두고 있는 점에서 보듯 대개의 종교재단이 설립한 학교는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채플 참여 강제가 종교자유 침해가 되진 않을까 |
앞서 강의석군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강의석군은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퇴학 처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는 승소하였지만 고등법원에서는 강군의 청구를 기각하여 패소하였으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광학원의 종교행사는 강제배정으로 입학하게 된 학생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아 선택의 기회나 실질적인 참가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면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강 씨의 손을 들어 주었고 환송받은 고법은 최종적으로 학원측에게 강군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기독교계통의 대학교에서 종교과목이나 채플을 듣도록 강제하는 것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언듯 든다.
하지만 강군사건은 고교평준화제도하에서 미션계통의 학교에 강제배정되었다는 점이 자기가 지원하여 입학한 이화여대 등 기독교계통의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채플과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법률적 판단이 같아질 수는없다고 본다. 학교를 배정받아 입학하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종교과목을 원치 않는 학고시에 의해 대체과목을 두도록 하는데 대광학원의 경우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학교측 패소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대학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
위 강의석사건의 최종판결이 있은 후 기독교계에서는 종립학원의 건학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력 반발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하였는데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채플과목의 운영에 대해 학생들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선택해서 입학한 학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학교의 건학이념을 실현하는 강좌에 참여해야 하는 것을 스스로 감수한 것이라고 볼 것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의도고 필요한 일이라도 당사자가 원치 않거나 강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처음에 의도했던 성과를 낼 수가 없고 오히려 거부감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채플이나 종교과목을 운영하는 학교법인들의 보다 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선교중심이 아니라 종교전반에 대한 이해나 종교가 갖는 긍정적 측면을 알리고 사회봉사나 환경운동 등 사회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더욱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채플에 저명인사를 초대하여 사회적으로 잇슈가 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회를 열거나 음악회, 연극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려는 최근의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보며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등록금거부운동의 수단으로 쓰인 채플수업 거부 |
어쨌든 이번 채플거부는 종교의 자유와 같은 문제는 아니고 등록금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재단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채플수업 거부였을까. 아마 재단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인 채플거부를 잇슈화하는 것이 등록금동결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재단 압박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던 모양이다.
이것이 엉뚱하게 등록금거부 잇슈와 상관없이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 강의석사건 등과 연계되어 사이버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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