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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연설문으로 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관계

by 마니팜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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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상대로 한 연설이 외신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읽힐 명연설문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더타임스는 "우리 시대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라고 하면서 "시적이고, 반항적이면서도 단호한 감정이 담겨 수십 년간 읽힐 명문"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합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9/15/LTONI6SI7RBMVIACWQD55BW72Y/

 

“수십년 읽힐 명문” 외신 극찬...젤렌스키 연설문 어떻길래

수십년 읽힐 명문 외신 극찬...젤렌스키 연설문 어떻길래

www.chosun.com

게티스버그 연설은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 전투가 끝난 후 전몰자를 추모하는 단 3분간의 짧은 연설문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의 당위성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불러일으킨 명연설입니다. 미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알려졌고 연설 내용 중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라는 구절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런 게티스버그 연설에 비견될 정도라고 하는 젤렌스키의 연설문 전문 번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너희는 아직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라고 생각하는가? 너희는 아직 너희가 우리를 겁먹게 하고, 무너뜨리고, 우리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너희는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얼 위해 살아가며, 우리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가?

지금부터 내 입을 잘 봐라. 너희가 없으면 가스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너희가 없으면 빛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너희가 없으면 물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너희가 없으면 음식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추위, 배고픔, 어둠, 목마름조차 너희가 말하는 ‘우정과 형제애’만큼 무섭고 끔찍하지는 않다.

하지만 역사는 기어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스, 빛, 물, 음식을 가질 것이다… 그것도 너희 없이! (조선닷컴 번역)

 

연설문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표현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다 같이 뿌리가 같은 슬라브 민족에 속합니다. 과거에는 우크라이나의 전신인 키예프 공국이 러시아의 전신인 러시아 공국보다 국력이 강하였으나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종주국이 되었고 우크라이나는 위성국 정도로 위상이 약화되었습니다.

 

비슷한 언어와 문화, 전통과 종교를 가진 두 나라는 그래서 서로 형제처럼 여겨지기도 했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혼인으로 인한 교류도 많아서 서로의 나라에 친인척이 퍼져 사는 경우도 흔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에 기울고 자유민주적 분위기와 정치가 자리잡기 시작하자 아직도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인 러시아와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EU와 NATO 가입 시도 노력이 있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마치 형제를 배신하고 적에게 부역하는 못된 동생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나라로 인정하기 보다는 여전히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속국이나 제후국 정도로 여겨 말 듣지 않는 우크라이나를 혼쭐을 내서 다시는 딴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친러 정권을 세우려 기도했고 이것이 지난번 크림반도 병합 때 한 번 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더 NATO 가입 움직임과 친유럽, 친서방 정책을 펴는 젤렌스키 정부가 들어선 후 푸틴 입장에서는 과거 소련연방의 영광을 재현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 반하는 젤렌스키가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젤렌스키 정부를 나치정부라고 선전하면서 이번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푸틴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함락시킨 후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러 괴뢰정부를 세우려 하였지만 러시아의 탐욕과 호전성에 경악한 EU와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였습니다.

거기에 코메디안 출신으로 형편없을 줄 알았던 젤렌스키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민에게 애국심을 호소하여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서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초 단기전 승리 목표는 물 건너가고 지금은 점령하였던 지역은 물론 전쟁 직전 괴뢰정부를 세워 두었던 루한스크 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중 부차에서 대량의 양민을 학살하였다는 전쟁범죄를 의심받고 있는 데다가 이번에 또다시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대량학살로 의심되는 수백 개의 매장지가 발견되어 유엔 조사단이 파견되는 등 세계의 빗발치는 비난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그동안 다소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민족주의자들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340303?sid=104

 

젤렌스키 “러시아군, 매장된 이들에 총질…외국인까지 고문실에 가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등지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인들이 매장된 이들을 향해 재미 삼아 총을 쐈다는 증거가

n.news.naver.com

젤렌스키가 연설문에서 이제 같은 하나의 민족이라고 할 수 없고 러시아가 부르짖는 '우정과 형제애' 를 끔찍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러시아의 잔인성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슬라브민족으로 뿌리가 같다는 동질감은 러시아가 벌인 참혹한 전쟁과 무차별 도시 파괴와 양민 학살로 인해 영원히 사라지고 앞으로는 철천지 원수라는 원한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푸틴의 야욕과 엄청난 오판으로 벌인 정쟁으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어 하루빨리 이 전쟁이 평화롭게 끝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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