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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 세계수영대회유치성공뒤에 들리는 씁쓸한 소식

by 마니팜 201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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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유치과정에서 국무총리와 문화체육부장관의 서명이 위조된 위조서류를 만들었다고 해서 시끄럽습니다

 

 

공문서 위조에 가짜 동영상 프레젠테이션까지 - 국제대회 유치경쟁 도를 넘은 느낌

 

여기에 2014년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가 2007년 대회유치당시 노무현대통령의 동영상을 조작·도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와서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당시 인천시장이던 안상수씨는 자서전에서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총회에서 개최결정권을 가진 각국 올림픽위원들 앞에서 동영상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는데 영상 마지막에 대통령의 대회개최 지지멘트를 넣을 수 없게 되자(당시 청와대에 요청하였으나 동영상제작 마감까지 대회개최에 부정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멘트영상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함)

 

노무현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촬영한 동영상중 "평창이 유치되면 정부와 국민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중 "평창이"를 삭제하고 "유치하면 정부와 국민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만을 잘라 프리젠테이션 영상 마지막에 붙여서 프레젠테이션을 하였고 결국 투표결과 경쟁도시인 인도의 뉴델리를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하였다는 것입니다

 

안상수씨는 "동영상 제작은 내가 지시했다. 만약에 문제가 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고 하였답니다.

 

전 이 기사를 보고 어안이 벙벙하였습니다. 마치 자신의 희생과 결단으로 큰 일을 이뤄 냈다는 듯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럽다는 투이기 때문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모로(옆으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만 가면된다는 우리 속담이나 마키아벨리가 하였다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결과만 좋으면 수단이나 방법은 어떠해도 좋다는 결과지상주의나 선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좀 나쁜 수단을 쓰더라도 괜찮다는 식으로 이해가 됩니다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피해나 희생은 불가피하다거나 좀 폭력적인  방법을 쓰더라도 무방하지 않느냐 하는 언뜻 들어서는 그럴 듯한 논리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마누엘 칸트(위키백과)

 

하지만 철학자 칸트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나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단언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주관적이고 상대적 정당성을 가질 뿐인 목적을 위해 객관적으로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발상, 실험과 도전정신을 높여 발전에 기여한 점이 크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점이 있다하더라도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 사회질서와 법규범마저 무시하고 저지르는 편법과 반칙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승리지상주의는 패자의 진정한 승복을 받을 수도 없고 진정한 승리도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과지상주의, 적당주의, 안전불감증, 성적만능주의, 학벌주의의 폐단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그 바탕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학위를 따기 위해서 적당하게 짜집기하여 논문을 표절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컨닝을 하거나,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졸속공사를 하거나, 운동경기에 이기기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행위, 위조시험성적서를 만들어 납품하는 원전부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부정선거를 하고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 탈세를 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편법상속을 하는 등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부정과 비리는 거의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식으로 수단과 과정의 정당성을 경시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렇게 편법과 반칙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돈을 많이 모아 부자가 되고 정권을 잡는 것을 수완이 좋고 요령이 좋은 것으로 선망하는 분위기마저 있는 것이 우리나라입니다.

 

 

인천시의 아시안게임유치는 올림픽위원들이 지금이라도 당시의 프레젠테이션이 위원들을 속인 사기, 기망행위였고 노대통령의 유치지원 발언영상이 없었더라면 인천시 개최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당시 표결의 무효선언후 개최지 결정을 취소하여도 뭐라 할 말이 없을 사안이 됩니다

 

민주사회에서 절차의 정당성과 적법한 절차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독수독과(毒樹毒果)라고 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실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규칙이 있습니다

 

고문이나 불법도청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적법절차(Due process)라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반드시 정당한 법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원리로 국민의 기본권보호를 위한 민주국가의 기본원칙이지만 복잡한 행정절차에 있어서도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행정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수단과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절차의 정당성, 적법절차의 준수는 대개 형사법이나 행정절차 측면에서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그 어떤 목적이라도 우리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쓰는 수단이나 과정, 절차 등은 항상 올바르고 정당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목적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정당할 수도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다른 사람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회적, 정치적 갈등은 이렇게 목적의 정당여부에 대한 여야와 국민 개개인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원전건설이 부족한 전기를 확보하고 화석연료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은 원전건설은 오히려 환경파괴와 핵위험을 높인다고 반대합니다

 

 

이렇게 목적의 주관성, 상대성을 보완하고 서로 대립, 갈등하는 쌍방이 수긍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입니다. 민주주의는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의 수단 내지는 과정을 합의로 정해두고 그러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결정을 수용하는(비록 자신의 의견과는 틀리더라도) 것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확립된 세상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목적이 옳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수단이나 과정은 어떠하여도 상관없다는 논리는 권력자의 독선이나 반민주적 독재의 정당화에 악용될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히틀러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재자들은 수단의 폭력성과 반인권성을 목적의 정당성을 강변함으로써 감춰 왔습니다.  

 

이번 광주시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난번 인천시의 아시안게임 유치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목적달성을 위해 편법이나 변칙적인 수단의 동원이 가능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이룬 목적달성을 오히려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는 소위 우리나라 지도층의 인식과 사고방식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관련기사 링크>

"광주시는 약과, 인천시는 盧 대통령 동영상 조작·도용"(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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