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사와 잡동사니

무재칠시 그리고 작은 깨달음

by 마니팜 2012. 5. 26.
반응형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새벽 4시가 방금 넘어선 시간.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서 입니다. 며칠전 시장안 골목모퉁이에서 과자전을 벌여 놓고 솜씨좋게 과자를 팔던 총각의 말이 갑자기 다시 떠오릅니다

 

 

잘생긴 그 과자총각(?)은 전병이니 꽈배기니, 소라과자, 땅콩과자, 제리, 깨강정, 콩강정 그리고 우리 말로는 뭐라 하는지 모르는 오꼬시(?) 그밖에 이름도 모르는 가지각색의 과자를 그릇들에 담아 펼쳐두고서는 입담을 풀어가면서 사람들에게 과자를 팝니다.

 

지나던 사람들은 그 말솜씨에 끌려 과자를 사는 경우도 많은 듯합니다. 과자를 살 사람들이 바구니에 먹고 싶은 과자를 이것저것 담아 가져오면 저울에 올려 받을 값을 말합니다 .

 

"오천만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가씨 이뻐서 더 주는 덤", "오늘은 날씨 좋으니 기분좋아 주는 덤", "이것은 집에 할매 갖다드리라고 주는 덤" "이것은 내맘대로 주는 덤"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오는 사람에게 마다 기분좋게 해주는 그 총각의 말솜씨에 옆에서 듣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도 평소에 과자를 그리 즐기지 않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다가 과자를 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바구니에 과자를 담아 내밀었습니다. 좀 많이 담았던 모양입니다. 충격(?) 을 받은(사실은 그때는 건성 들었다가 나중에 생각하면서) 말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과자바구니를 받으면서 그 총각이 "기분안좋은 일 있어도 너무 인상쓰지 마세요" "덤 많이 드릴께요" 하는 것입니다.

 

웃으며 받아 넘겼지만 과자를 받아들고 집에 돌아오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이 내가 인상을 쓰고 있다고 그 총각이 생각하게 할 만큼 내 표정을 찌푸린 얼굴로 만들었을까?

거울을 들여다 봅니다. 과자를 살 때의 표정을 그대로 한번 지어봅니다. 거울속의 내가 맹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저 웃지 않고 있는 표정. 한 마디로 무표정일 뿐인 얼굴입니다. 그다지 찌푸렸다거나 인상을 쓰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번 웃음을 지어 봅니다. 억지 웃음처럼 보입니다. 마음속에 너그러움과 친절, 사랑, 용서 등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웃는 표정을 지어 봅니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지금은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난 날의 새벽입니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무재칠시(無財七施)가 떠올랐습니다. 무재칠시는 무전칠시(無錢七施)라고도 하며 재물 즉 돈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수 있는 선업공덕입니다.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남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일입니다.

 

6바라밀중에서 으뜸수행인 보시공덕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방법중 하나입니다.

 

안시(眼施: 따뜻하고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봄), 화안시(和顔施: 밝고 온화한 표정으로 상대를 대함), 언시(言: 부드럽고 고운 말을 쓰며 좋은 말을 해주고 악담을 하지 않음), 심시(心施: 착하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자비와 연민으로 대함), 신시(身施: 봉사하고 도와줌), 상좌시(床座施 : 하심을 가지고 자리를 내어줌), 방사시(房舍施 : 피곤한 사람이나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제공함)의 일곱가지입니다.

 

 

 

이중에서 안시와 화안시, 심시는 당장 눈앞에 보시의 상대방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오늘 아침입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늘 부드러운 눈길, 밝은 표정 그리고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씨를 연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일이 힘들고 남들이 못마땅하고 지금까지의 내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러워도 탓하지 않기로 마음먹기로 합니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훨씬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시행이 남을 위해 하는 공덕행일 뿐만 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봅니다. 마음이 너그러워 지고 따뜻해 지는 기분입니다. 오늘 새벽 무재칠시중에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세가지 보시행(독행삼시: 獨行三施라고 이름붙여 봅니다)의 공덕을 깨달은 듯하여 기분이 좋아 집니다.

 

기분이 좋아져서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도 미리 빌어 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