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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쓴 편한 글

죽음을 앞둔 재벌 회장의 마지막 질문-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by 마니팜 201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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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을 설립하여 대한민국 재계 1위의 재벌을 만들고 작고한 고 이병철회장이 1987년 타계하기 한달전에 천주교 신부님에게 물었던 24개의 질문이 있었다고 밝혀졌습니다

 


질문을 전달한 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답을 듣지 못하고 떠났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그가 무엇에 천착하였는지 궁금하였습니다

◆ 신(하느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을 똑똑히 들어 내 보이지 않는가?

◆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 종교가 없어도, 종교가 달라도 착한 사람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

◆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걸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사진출처 : 중앙일보 링크기사>

다분히 종교적인, 영적인 사유의 대상들입니다. 돈독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나 반대로 종교에 회의적인 사람이라도 번잡하고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릴 때 불현듯 생각나는 삶과 죽음에 관련된 근본적인 의문들입니다

정몬시뇰 신부님은  “이건 영혼에서 나오는 물음이다. 물질에서 나오는 물음이 아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심령의 호소가 담겨 있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 회장의 질문지에 담긴 메시지를 요즘 젊은이들도 숙고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상의 희노애락에 일희일비하고 하루하루 호구지책 해결에 몰두하며 사는 요즈음의 우리들은 도대체  사람은 왜 사는가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실존적 이유를 궁금해 할 시간도, 의지도 없이 살아가기 바쁩니다

그러다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허망하게 죽어 버리거나 어떤 이유로 나의 죽음이 두려워질 때 갑자기 의문이 듭니다. 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어차피 죽을거면 태어나긴 왜 태어났나 하는 웃기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 봅니다.
하지만 뾰족한 답변은 얻을 수가 없습니다

더러는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절대자인 창조주의 뜻이므로 나고 죽는 것, 고통받는 것 등 자신의 운명과 의지가 모두 신의 주관이며 오류없는 신이 하는 일이므로 짐작하고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신의 뜻에 순응하고 따르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고 애써 믿어 봅니다

의혹과 의문, 불신이 싹을 트면 믿음이 부족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욱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상당수는 애써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생 까잇거 머있어? 하는 요새 젊은이들이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순간 즐겁게 신나게 멋지게 살다가 가면 가는거지 머 하는 식입니다

기독교나 천주교와 달리 불교에서는 창조주나 절대자인 신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의 삶은 죽은 뒤 저승과 내세로 연결되며 윤회한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업(業)이라는 개념을 둡니다. 모든 것은 자기가 만들어 낸다는 이론입니다

나는 것도 죽는 것도 고통과 즐거움을 받는 것도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합니다. 자아, 마음 등 나의 본질이 생멸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세세년년 엮어온 나의 업이기 때문에 선업선과, 악업악과, 일체유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의 전생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알고 싶으면 현재의 나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생(내세)의 나의 운명이 어떠할 것인가는 지금 내가 말하고 행동하고 하는 것을 보면(짓는 업) 알 수 있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벌도 상도 절대자나 신이라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고 받는 것이라고 하니 위 질문들과는 다소 차원이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을 듯 싶은 재벌 회장도 미처 다 구경못한 관광을 중도에 그만 두어야 하는 심정으로 인생이라는 기차에서 내려야 할 때 의문을 가졌다고 하여 뜬 구름이라는 선시가 생각났습니다.

아래는 려말 삼대화상중 한분이 나옹선사의 누님이 지은 선시로 알려졌습니다


부 운( 浮 雲 )

空手來 공수래                            빈 손으로 왔다가
空手去 공수거                            빈 손으로 가는 것
是人生 시인생                            이것이 인생입니다

生從何處來 생종하처래                태어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死向何處去 사향하처거                죽음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입니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 구름은 자체가 원래 참이 아니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야거래역여연    삶과 죽음이 오고 감 역시 이와 같습니다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여기 한 물건이 홀로 있으면서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담연히(욕심없고 깨끗하게) 생사를 따르지 아니합니다

                                              
[출처]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이병철회장의 영적 질문 24개 항목은 이번에 전체가 공개되지는 않았고 1987년 당시 질문지를 전달받은 천주교의 원로 정의채(86) 몬시뇰 신부의 제자 차동엽(53)신부가 연말에 질문과 답을 묶어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으로 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판되면 한번 구해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이병철 회장, 타계 한 달 전 24개 영적 질문 … 차동엽 신부가 24년 만에 답하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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