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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건관심사

죄와 벌-사형제도를 다시 생각해본다

by 마니팜 201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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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수의 이야기

 

중국에서 한 사형수가 마지막을 맞는 순간을 보도한 기사가 눈에 띄여 읽어 보았습니다. 한때 성공한 사업가로 많은 부를 누렸던 이 사형수는 애인을 토막살인하고 시체를 유기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최근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 깨끗한 새 와이셔츠를 갈아입은 후 이 사형수는 3년동안 보지 못했던 아들을 짧게 만났습니다. 아들에게 그가 '원망하느냐'고 묻자 아들은 '늘 그리웠다'고 하면서 큰 절을 하였고 그는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다칭왕>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 가야하는 차가운 현실에 그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입니다. 아들도 잠시후에 세상을 영영 떠나는 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면서 그 어느때보다 극심한 삶의 고통을 느꼈으리라 짐작됩니다.

 

<관련기사 링크>

'토막 살인범' 사형 직전, 아들 마주하자…(중앙일보)

 

사형제도 존폐논쟁 아직도 현재진행형

 

사형제도는 근대 형법학의 가장 큰 이슈이며 논쟁거리입니다.

인권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응보사상이 만연하였던 고대에는 사형은 중범죄에 대한 형벌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사상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자는 반드시 똑같은 방법으로 생명을 빼앗아야했기에 사형이 집행되어야 햇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조선시대 8조금법도 '상살이당시상살(, 殺)'이라고 하여 살인자는 즉시 사형으로 벌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자료출처: 엠네스티 한국지부>

 

사형의 방법도 화형, 참수형, 교수형 등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잔인하여 범죄자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고대 중국 등 동양에서도 거열형이니 육시니 하여 참혹한 방법으로 죄인을 처형하고 이 처형장면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형사정책적 연구가 발전하면서  잔인한 형벌을 통한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위협이나 범죄예방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밝혀지고 대신 인권의식이 발달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근대형사학의 선구자인 베카리아가 사형제폐지를 주장하면서부터 시작된 사형폐지론은 이제 현대의 문명국가에서는 거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약 120여개국이 사형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무기형이나 징역형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이미 1997년에 사형제폐지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1997년 12월 경향신문 기사>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약 60여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에 23명을 한꺼번에 사형집행한 이후로 현재까지 사형수는 있지만 집행은 하지 않고 있어 과거 10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됩니다.

 

사형제 폐지 찬반주장의 요지

 

사형제폐지론의 폐지주장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도주의와 인권보호사상에 입각하여 단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는 비인간적인 사형은 폐지되어야

2. 인간의 생명은 신에 의해서 주어졌으므로 오직 신만이 그 생명을 거둘 수 있다

3.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

4. 사형으로 범죄예방이나 억제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형벌은 범죄인을 교화하고 회개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교화형)

5. 돌이키거나 보상할 수 없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6.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인육목적으로 살인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는 오원춘>

 

사형제존속론자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형벌은 범죄에 상응하는 벌을 주어야 잠재적 범죄자들이 형벌을 두려워하여 범죄충동을 억제한다.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억제효과를 가진다.

2. 강도살인, 강도강간, 유괴살인, 아동성범죄, 존속살해 등 날로 증가하는 흉악패륜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으로 벌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

3.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이나 무기징역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범죄인에게 가혹한 것이다. 사회에 해를 끼친 사형수를 유지하는데 막대한 세금을 쓰는 것도 옳지 않다

4. 과학수사와 증거재판에 의해 사형을 선고하는 재판에 있어 오판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5.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과 상처가 가해자의 인권보다 더 보호받고 치유받아야 한다.

6. 무엇보다 국민의 일반적 법감정과 맞지 않다. 흉악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형수 현황>(2010년 기준)

 

이렇게 사형폐지와 존속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상황입니다. 형제도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0년에 5:4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폐지가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수는 모두 58명입니다. 최근 수원 토막살해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59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퇴근하는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356조각으로 토막낸 오원춘의 사형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즉시 사형시켜야 한다고 대답하였다는 것을 보면 극악범죄인에 대한 사형찬성의견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잔서랜든과 숀팬이 열연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은 사형제의 존폐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수작으로 미국의 수녀 헬렌 프리진이 경험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회개할 줄 모르는 비열한 흉악범과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회개시키려는 수녀. 죽음의 순간을 향해 한발짝씩 떼어놓는 무거운 발걸음을 보면서 연민과 분노가 교차하는 착잡함을 느끼게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중에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려 하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원한을 놓아버려야만 사라지나니 이것은 변치 않는 영원한 진리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법구경의 ' 怨終不息 怨終得不息 不可怨以怨 終以得休息'이라는 글귀입니다.

 

오늘 아침 한 중국인 사형수의 사형집행뉴스를 보면서 인간이 인간답고 또 신을 본받을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이 이성이라면 순간의 감정으로 분노나 증오심을 폭발시키기 보다는 사랑과 용서, 지혜와 자비심에 바탕하여 사형제의 폐지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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