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안에서 30대 남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승객과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여러사람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어제 저녁의 일입니다.
1호선 의정부역 지하철역 서울방면 승강장에서 시작된 이 흉기난동은 39살된 유모(일용직 근로자)가 저지른 일입니다. 공업용 커터칼을 두개나 가지고 있던 유씨는 10여분간 닥치는대로 사람들에게 칼을 마구 휘둘러 8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MBC 화면캡쳐>
붙들린 뒤 이유를 물으니 지하철 계단에서 침을 뱉은 것을 누군가 나무라서 화가 나서 그랬다는 이야기인데 이쯤되면 전혀 이유없는 묻지마 흉기난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오리마사건이란
일본에서는 이러한 묻지마 난동범을 도오리마(とおり-ま [通り魔])라고 부릅니다. '거리의 악마' 또는 '길거리 악마'라고 번역합니다. 네이버사전에 보니 '만나는 사람에게 재해를 끼치고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는 마물(魔物) 또 그와 같은 악한'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지나가면서 해치는 귀신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1998년에 일어난 최초의 도오리마 사건이후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불특정다수의 행인을 상대로 한 근 100여건의 도오리마 사건이 일어나 이제는 일본 특유의 사회현상으로 평가받을 정도입니다. 최근인 지난 6월 10일에도 오사카시에서 백주대낮에 30대 남성이 지나가던 행인에게 칼을 휘둘러 두명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008년에는 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에서 트럭으로 행인들을 치어 죽게하고 그도 모자라 또 칼을 휘둘러 모두 7명을 살해하고 10여명에게 중상을 입힌 유명한 아키하바라 도오리마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도오리마사건 또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왜 생길까
당시 범인은 직업도 없고, 살 곳도 없어서 자살하려고 칼을 샀는데 자살은 할 수 없어 사형을 당하기 위해 살인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이 도오리마 범인들은 대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댑니다. 돈도 없고, 일도 없고, 사는 재미도 없고 등등입니다. 이번 의정부 흉기난동범도 단지 함부로 침뱉지 말라는 질책에 화가 나서 칼을 휘둘렀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일본의 도오리마들은 대개 혼자 살며 안정된 직업이 없으나 학창시절에는 비교적 얌전하고 착실하였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도오리마 사건의 원인으로 가족의 해체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빈부격차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갈수록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인간관계와 경제자립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혼자 컴퓨터와 벗하며 살다보니 갈수록 인성이 황폐되고 사회규범이나 인정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혼사 방구석에 쳐박혀 사는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도오리마 현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
중동이나 아프카니스탄 등 외국에서 폭탄테러로 수십명이 사상하였다거나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졌다거나 하는 끔찍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저 나라들은 도대체 왜 저렇지 하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생각에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저 역시도 세상이 아무리 험해졌다고 해도 마약카르텔 등 범죄조직들이 밤만 되면 경쟁조직이나 범죄를 신고한 시민들을 납치하여 잔인하게 살해하여 시신을 거리에 내 던져 공포심을 자아낸다는 멕시코나 하루가 멀다하고 테러가 일어나고 인신납치가 성행하는 치안이 엉망인 외국의 예를 보면서 아직은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는 뉴욕도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밤 10시나 11시가 지나면 밤에 길거리를 다니기가 겁이나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데 비해 우린 한밤중에도 인적이 드문 거리를 여성을 포함한 술취한 취객들이 아무런 두려움없이 배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 이런 묻지마 흉기난동사건이 일어나고 오원춘사건과 같은 엽기적인 사건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에 대해서 그리 자신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도오리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도오리마 범죄는 예방이 어렵고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주 평범하고 착실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귀신에 씌운 것처럼 돌변하여 흉기를 휘둘러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부에서 이야기하듯 정신병력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도오리마 범죄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나홀로 세대가 전체 세대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갈수록 몰인간화하고 개인화하는 사람들의 정서적인 면을 어떻게 메꾸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 정책적인 고민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도오리마사건은 한편으로 경제적 곤궁, 가족의 해체, 질병의 공포와 불안한 미래, 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과 상실감, 이로 인한 소외감과 분노, 두려움 등 개인적 고민들이 복합되어 발생하며 이러한 모두는 모순되고 불합리한 사회현실과 관련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납득이가 는 범죄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흉악범죄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범인체포,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는 데 조금도 소홀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한 범죄라는 것은 절망적이고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모든 사회,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남들을 향한 적개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모순된 사회현실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도 함께 신경써야 할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관련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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