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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지수 언론보도태도 유감 - 잘못된 보도는 시민인식을 왜곡한다

by 마니팜 201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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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렴 우리나라가 아무리 성차별적 분위기가 있다하더라도 성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거의 바닥권이고 여성들의 지위가 늘 히잡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고 심지어 운전도 할 수 없는(사우디의 경우) 남성우위의 중동권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되지 않는 터였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형편없는 성차별국가?

 

 

아래는 지난 달 WEF(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평등지수(GGI)를 보도한 언론의 기사 제목들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우리나라 성평등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이고 아랍권 수준이라고 보도하였으니 

 

우린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직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몹시 심한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두개의 언론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우리나라가 여성대통령을 뽑은 나라이면서도 여성의 지위는 세계최하위권이라는 역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썼기 때문에 대부분 그런가보다하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성평등 지수 136개국 중 111위 바닥권 (세계일보) 

국 성평등 지수, 136개국 중 111위 '최하위권'(오마이뉴스)
WEF, 2013 세계 성평등 지수 발표…한국, 136개국 중 111위(뉴시스)

한국 "성 평등 지수" 최하위권...135개국 중 111위(YTN)

한국 성평등지수 바닥권(매일경제)
[데스크 분석] 여성 사회참여 높여야(KBS)
한국 性평등 세계 111위 ‘아랍권 수준’(국민일보)
한국 性평등 수준 111위···인도보다 낮아(머니투데이)
“한국 性 평등 세계 111위 최하위권”(서울신문)
한국 성 평등 순위 또 뒷걸음… 세계 111위(한국일보)
한국 성 평등 바닥권...136개국 중 111위 3단계↓(연합뉴스)
한국 성 평등 바닥권…136개국 중 111위 3단계↓(MBCTV)

한국 성 평등 최하위권…136개국 중 111위(KBSTV)

한국, 여성 대통령 나라에서 여성 경제지위는 최하위(이투데이)

 

그런데 이 기사는 뭐냐.2011년 11월의 각 언론의 기사입니다

 

성불평등지수 146개 중 11위...작년보다 9단계 상승(머니투데이)
UNDP "한국 성평등 11위…전년 보다 9단계↑↑"(뉴시스)
UNDP"한국 성평등 11위, 지난해보다 9계단 상승"(파이낸셜뉴스)
UNDP "한국 성평등 11위..작년比 9계단↑"(연합뉴스)

 

위 기사들은 유엔개발기구(UNDP)가 자신들이 종전에 쓰던 여성권한척도(GEM)과 남녀평등지수(GDI)를 폐기하고 2010년부터 새로 발표하는 개선된 국제성평등지수인 성불평등지수(GII)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UNDP의 GDI에 의한 우리나라 여성지위의 국제적 순위는 2011년 기준 11위이므로 전세계 기준으로 상위권입니다. 다음 내일신문의 금년 4월 보도에 따르면 27위로 떨어졌다고는 해도 WEF의 이번 발표처럼 135개국중 111위의 최하위권에 중동이슬람권이나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수준이라고 극도로 폄하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성평등 11위에서 27위로 추락(내일신문)

 

이러한 WEF와 UNDP의 조사결과가 여성지위의 국가별순위에서 극단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각 지표의 지수구성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UNDP의 성불평등지수(GII)는 한 국가의 수준과 격차를 같이 평가하는 반면 WEF의 성격차지수(GGI)는 수준은 배제한 채 남녀간 격차만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단순비교로 어떤 것이 정확하다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WEF의 GGI발표내용중 교육과 보건부문을 보면 좀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교육과 보건부문에 대한 국가별 순위는 각각 100위와 75위로 하위입니다.

 

하지만 분야별 성격차지수에서는 교육 0.959, 보건 0.973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1인 경우 완전평등)

 

이러한 차이가 왜 나는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교육부문의 1위를 차지한 아프리카의 레소토를 보면 왜 이 순위가 왜곡될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문의 여성지위를 나타내는 점수가 우리나라는 0.959로 비교적 1에 가까운 우수한 성적이지만 순위는 100위입니다. 레소토의 경우는 1점 만점으로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육부문은 문맹율, 초등학교입학률, 고등교육기관 취학율 등 총 네가지 지표로 구성됩니다. 예컨대 문맹율이 인구중 문맹인 여자가 문맹인 남자보다 숫자가 적다면 당연히 비율은 1이상으로 나와서 순위가 1등을 받게 됩니다. 더 구체적인 예로 보면 남자 천명, 여자 천명중 남자 문맹은 900명이고 여자 문맹이 899명이라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비교우위에 선다는 식입니다

 

레소토의 경우 초등학교진학율이나 문맹율이 여자가 남자보다 낫기 때문에 1점 만점을 받았을 뿐입니다

 

여성가족부도 "성격차지수를 구성하는 요소 중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의 경우 휴학생을 포함해 산정하고 있는데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군입대로 인한 휴학생 수로 인해 남자 대학생이 과다 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서고 있는데도 취학률 성비는 여성이 적은 것으로 왜곡돼 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표의 왜곡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왜곡된 지표로 공동1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가이아나, 레소토, 라트비아, 필리핀, 코스타리카, 바베이도스, 카나다 등 무려 28개 나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순위가 밀리다보니 우리나라는 0.959로 비교적 교육의 남녀기회균등이 이뤄지고 있어도 순위에서는 100위로 밀려버립니다

 

더욱 큰 문제는 111위라는 전체순위의 불합리한 점 입니다

 

각 경제, 교육, 보건, 정치 등 각 분야별 스코어의 세부적 구성지표는 구구각각입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점수도 등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평균점수는 네 분야의 단순 산술평균입니다.

 

네 분야점수를 합친 다음 4로 나누어서 평균점수를 매기고 이것을 전체 순위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정치분야의 지극히 저조한 점수(국회의원숫자나 고위공직자에 여성숫자가 적은 것을 나타냄) 0.105로 인해 평균점수가 0.635로 크게 떨어져 평균점수 0.753으로 16위를 차지한 아프리카의 레소토나 0.761로 12위를 차지한 라트비아보다도 더 여성지위가 형편없다는(?) 이상한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언론보도내용과 달리 이해될 부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확하게 짚은 보도내용은 거의 찾기가 힘듭니다.

 

여성지위가 열악한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피상적인 보도와 다른 언론을 배껴 써서 국민들을 잘못된 인식으로 이끄는 보도수준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 내용과 관련해서는 헤럴드경제가 2012년 12월에 두 지표의 잘못된 이해를 꼬집은 비교적 정확한 기사가 있습니다. 또 WEF의 GGI순위를 가지고 성차별국가라는 논조를 펴는 데 대해 맹렬하게 비판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는 미디어워치의 기사도 지난 8월에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불평등지수가 나이지리아, 수단과 같은 정도? 국제성평등 지수 ...(헤럴드경제)

엉터리 데이터로 만든 '성차별국가'론(미디어워치)

 

아래는 금년 세계성격차보고서에 관한 여성가족부의 설명자료입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2013년 세계 격차 보고서(GGI) 관련 설명자료(정책브리핑)

 

마지막으로 한성대 이내찬교수WEF의 GGI와 UNDP의 GIII 양지표가 가지는 각각의 문제점을 모두 감안하여 양자를 절충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게 각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조사한 결과를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와 양성평등문제는 WEF의 보고서상 세계순위처럼 아프리카 저개발국이나 아랍권국가에 비교될만큼 형편없이 열악한 상황이거나 후진적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훨씬 낫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분야, 경제참여 등 일부분야에 있어서 앞으로도 개선되어야할 점이 적지 않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단독] 양성평등 ‘아직도 걸음마’… 한국 31위(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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