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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제도와 법률

불효(不孝)도 죄가 될까

by 마니팜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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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방치와 외면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복도에서 숙식을 하며 사는 80대 할머니의 딱한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젊어서 유명 제화업체를 하며 돈을 번 할머니가 적지 않은 재산을 두 딸과 아들에게 모두 물려주었지만 재산분배에 불만을 품은 막내딸이 이사를 가면서 집 대문의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아파트 복도에 나앉게 된 것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006987?sid=102

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여성...안타까운 '현대판 고려장' 사연은

고령화시대가 되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니 삶의 모습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3대가 한 집에 어울려 사는 모습이 흔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나이 든 부모가 자녀와 따로 떨어져 사는 경향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병들고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조석 수발을 하면서 느끼는 피로감과 부모와 생각이 달라 부딪치는 잦은 의견 충돌은 차라리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서로 좋은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부모님 모시는 일로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감정이 격해져 끝내 이혼까지 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태가 달라지고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팽배한 세상이라도 낳고 길러준 부모 은혜를 잊고 오히려 패륜행위를 하는 불효는 크게 비난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왕조시대에는 불효(不孝)만큼 큰 죄가 없었습니다. 공자는 '오형(五刑)을 받아야 하는 죄가 삼천 가지이지만 그중에 불효만큼 큰 죄는 없다(五刑之屬三千而罪莫大於不孝; 오형지속 삼천 이죄막대어불효)'라고 말씀하였습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불효를 엄격히 처벌하여 부모봉양을 소홀히 하면 2년의 구금형에 처하고 부모를 구타하는 패륜범죄에는 목을 베는 참형과 귀양 등 혹독하게 벌하였습니다. , 

 

과거와 달리 현대 우리나라는 형법에 일반적인 불효(不孝)행위나 부양의무 불이행을 범죄(犯罪)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존속유기죄가 있어서 보호할 의무 있는 자가 직계존속을 유기(생명이나 신체가 위험한 상태에 처하도록 방치하는 것을 말한다)했을 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백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위 사례의 경우 존속유기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력이 있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국가나 본인이 고소할 수 있고 벌금형이나 2년 이하이 징역에 처하는 '불효처벌법'이 있고 중국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으면 처벌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사적으로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준 경우(증여) 자녀의 부모에 대한 범죄행위(폭행, 유기 등)와 부양을 하지 않는 등 사유가 있으면 증여를 취소(해제)할 수 있지만 이미 넘겨준 재산은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영리한 부모는 재산을 넘겨주면서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건부 증여계약(속칭 효도계약서라고 부른다)을 하기도 합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Nathan Wright 님의 이미지 입니다.

 

최근 법무부가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을 마련하여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부모에 대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이미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 대해서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위 사건의 할머니 같은 경우 자식들이 봉양을 하지 않으면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불효와 패륜 등 자식의 망은행위(忘恩行爲)를 근절하기 위해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나 효도는 자녀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진정한 효도가 된다는 점에서 효(孝)를 법률로 강요하고 효도계약서를 써야만 노후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태가 좀 한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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