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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쓴 편한 글

거세개탁(擧世皆濁)의 2012년과 제구포신(除舊布新)의 2013년

by 마니팜 201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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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의 교수님들은 바쁜 가운데에도 연말이 더 바쁠 것 같습니다. 해마다 연말과 연초가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를 생각해 내느라고 전국의 많은 대학교수님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투표까지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사자성어가 떠나보내는 2012년의 사자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고 오는 2013년 계사년의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고 합니다

 

 

 

거세개탁은 중국 초나라 때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거세개탁(擧世皆濁)아독청(我獨靑), 중인개취(衆人皆醉)아독성(我獨醒), 시이견방(是以見放)

 

온 세상이 위 아래 할 것 없이 모두 흐리고 탁해 나홀로 맑고, 모든이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 맨 정신이라서 함께 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금년 한해 우리를 온통 우울하게 했던 각종 흉악범죄, 사건과 사고, 경기침체, 정치판의 혼탁함 등을 몽땅 싸잡아 보면 거세개탁이라는 표현도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이 험하고 더럽고 차가운 가운데에도 늘 따뜻한 이야기는 있어왔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연들도 간간히 들려와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의 감동이 있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우리를 흥겹고 행복하게 해주기도 했으니 1년내 혼탁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깨끗하고 더 청정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거세개탁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저의 마음입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구글두들>

 

한편 교수님들이 계사년 새해의 사자성어로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꼽았다고 합니다.

거세개탁이라고는 가끔 들어 보았으나 제구포신은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묵은 것을 없애고 새 것을 펼치자는 뜻이니 흔히 쓰는 송구영신(送舊迎新)과 비슷한 이야기 같습니다.

 

송구영신이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자는 수동적인 뜻이라면 제구포신은 묵은 것을 스스로 없애고(지워 버리고) 새 것을 찾아서 펼치자는 뜻이니 조금은 더 적극적인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로 소공(昭公) 17년 겨울에 하늘에 불길함의 상징으로 보이는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 대부 신수가 이를 오히려 변혁의 징조로 보아 제구포신이라고 해석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교수들의 설명에 의하면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나면 변혁이 필요하고 금년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심화된 갈등 양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고양해야할 것이라는 점에서 제구포신을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구포신이라 하여도 옛것과 묵은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니 선별하여서 잘못되고 나쁜 것만 골라서 없애고 새로운 것중에서도 이롭고 도움이 되는 가치있는 것만을 골라 받아 들이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공자의 말씀에도 옛것을 알고 새것도 알아야 한다는 말(온고지신:溫古知新)이 있으니 제구포신을 하더라도 지켜야할 바람직한 전통이나 미풍양속, 선인들의 지혜는 앞으로도 계속 익히고 펼쳐나가야 제구포신의 본래의 뜻을 살릴 수있을 듯 합니다

 

한 해동안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많은 이웃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인사드립니다

2013년 새해에는 원하시는 모든 일을 이루시고 1년내내 가족과 함께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즐건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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