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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건관심사

강화되는 불심검문과 인권침해 논란에 대한 생각

by 마니팜 201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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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와 여의도에서의 막가파식 묻지마 범행으로 놀라 쓸어내린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나주에서 7세 여아를 상대로 한 끔찍한 짓이 벌어져 전국민이 외상성 스트레스증후군에 걸릴 지경입니다.

 

정치권의 대권후보들이나 정부, 치안당국자들 그리고 교육전문가들은 연일 TV에 등장하여 사건이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해 일가견들을 피력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미성년자를 출연시킨 음란동영상의 제작, 배포, 소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거나 흉악범죄 전담수사인력을 증강하고 조직을 강화한다거나 은둔형 외톨이나 알콜중독자 등 사회소외층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등의 갖가지 대책이 제시되었습니다. 성범죄 전력자를 밀착감시하고 약물을 통한 화학적 거세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전국의 판사들은 성범죄 등 강력범에 대해 피해자 합의 등을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하였던 자신들의 행태를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제는 치안총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 경찰서에 성폭력 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방범이 취약한 지역에 경찰인력배치를 늘리는 등 강력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책의 일환으로 2010년 9월 추석부터 사라졌던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불심검문. 그렇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포스팅 주제입니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적극 실시하겠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찬성과 반대의 의견들이 뜨겁게 웹을 달구기 시작하였습니다.

 

불심검문이란? 불심검문의 근거

 

불심검문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등을 정지시켜 질문하거나 흉기의 소지여부를 조사하는 행위'를 말하며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 3 조>

 

 

 위 조문에서 보듯이 경찰관의 불심검문(직무질문)시에는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검문을 받는 사람은 답변과 소지품조사, 동행요구 등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2010년 5월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당시 신분제시, 조사 등에 대한 거부권이 빠질 뻔 하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인권침해 우려 등의 여론에 의해 불심검문에 불응할 수 있는 권리가 다시 명시적으로 보장되었습니다. 

 

그동안 불심검문을 하지 않았었나요? 

 

언론보도에는 2010년이후 사라졌던 불심검문이 재개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불심검문이 사라졌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10년 가을 인천에서 한 30대 남성이 PC방에서 6회이상 불심검문을 당한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인권위가 경찰에 경고장을 보낸데 대해 무조건적인 일제검문방식을 지양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범죄의 의심이 있는데도 불심검문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동안 경찰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에서 불심검문을 문제삼고 경찰수뇌부에서 과도한 불심검문을 자제하라고 일선경찰서에 하달하자 시민들과 불심검문으로 현장에서 마찰을 빚던 경찰이 아예 손을 놔버렸던 것이 불심검문제도가 사라졌다고 오해하게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권한남용적이고 무차별적인 일제 불심검문식의 방식만 지양한다면 경찰이 법이 정하고 있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당연한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

 

그런데 왜 찬반논란이 이렇게 뜨거운가?

 

가장 핵심은 우선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때문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때 반정부주의자나 시위자들을 붙잡기 위한 목적이나 노사분규나 빈민가의 시위때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안적 목적으로 정권이 활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인권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된 셈이죠

 

한편 경찰의 단속실적주의로 무차별적인 불심검문을 시행하여 선량한 시민들의 불편과 권리가 침해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역시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여중생을 납치,성폭행살해후 도주하였다가 부산에서

경찰의 불심검문과 격투끝에 체포된 김길태>

 

불심검문 찬반논란 주장의 각 이유는?

 

찬성측 갈수록 늘어나는 흉악범죄와 특히 묻지마범죄 등을 사전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흉악범죄의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므로 다소의 불편은 감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소라도 범죄예방효과가 있다면 실시해야 하며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대환영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테러와 같은 대량살상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다문화사회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의한 범죄가능성도 높아져 검문의 필요성이 더욱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인권선진국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불심검문을 하고 있으며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 유치하기까지 하는데 우리는 인권침해 주장때문에 검문에 불응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불심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측 주장의 핵심은 인권침해 우려입니다. 불심검문으로 대부분 선량한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경찰관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합니다. 공안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인권이 권위주의시대로 후퇴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불심검문으로 인한 범죄예방효과도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이나 범죄의 피의자를 구속할 때에도 영장을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과 신체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위한 점이라는 점에서 불심검문의 남용은 이러한 법취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행 불심검문제도상 대상자가 불응하면 더 이상 조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심검문의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의 불심검문 사례는 어떠한가?

 

불심검문에 불응하면 영국은 형사처벌을 합니다. 프랑스는 최대 4시간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10분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정지지시를 무시할 경우 수갑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이하는 '불심검문에 관한 개선방안'(2010. 최환진,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독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 어떤 장소에서 범행의 예비음모실행행위가 있거나, 필요한 허가없이 회합행위가 있거나, 범죄인의 도피행위가 있는 경우, 매춘부의 뒤를 따르는 행위가 있는 경우, 관계자가 각종시설, 공공건물 등에서 범행이 범해진다고 인정될 때 등의 사유가 있을 때에 경찰관은 신원확인을 위해 당해인을 정지시켜 인적사항을 질문하고 조사를 위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신원확인이 안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에는 피검문자를 유치할 수 있고 휴대품을 수색할 수 있습니다.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피검문자가 어떤 행위를 범할 혐의가 있으면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지문과 장문 검사, 사진촬영 등 감식조치를 합니다. 신원확인을 위한 자유박탈은 총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감식조치 등의 실행을 위해 문서, 구두로 소환할 수 있으며 불응할 경우 강제적으로 소환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노상, 광장, 공공건물등에 검문소를 설치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누구든지 검문소의 신원확인과 휴대품 수색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에 불심검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범죄자 또는 범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자, 수배자 등임을 추정할 수 있는 증적(구체적이고 명확한 징표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이 있는 경우 검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예방적 차원에서 매춘관련 범죄 등 범죄가 빈번하거나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장소내에서는 피검문자의 행위와 관계없이(즉, 의문스런 행동이 없는 경우에도) 검문이 가능합니다.

 

경찰관은 누구에게나 신원을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밝히지 않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강제적으로(즉, 경찰서앞 전화, 전신조회 등) 확인합니다. 신원확인을 위해 피검문자의 주거지로 데려가거나 경찰서로 유치하고 지문채취와 사진촬영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서에 사진촬영 등의 사유를 기재합니다. 신원이 명백하지 않으면 최대 4시간까지 유치할 수 있습니다(보호유치라고 하여 프랑스에 독특한 제도입니다). 4시간이 지나면 신원확인이 안되어도 석방해야 합니다. 

 

<영국>

 

경찰형사증거법에 의해서 경찰관은 도품 또는 금제품(상해목적의 무기 등)이 발견될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공장소 등에서 그러한 이유가 존재하는 모든 사람 또는 차량을 억류하고 그 사람 또는 차량안에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해서 수색할 수 있습니다.

 

정지와 수색의 조건 등이 비교적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고 인권보호 등이 직무상 관행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순찰경찰관에 의한 가두검문은 정지, 외표검사, 질문(Stop, frisk and question) 등으로 실시됩니다. 누구에게라도 범죄수사 또는 억지에 대해 협력할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질문에 대답하거나 경찰서로 출두하거나 그밖의 합리적인 요구에 따르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피의자에게는 질문거부권이 있음과 변호인등의 조력을 받을 권한을 고지해야 합니다.

 

특정한 경죄 또는 중죄에 관해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는 자나 범죄의 목격자, 수배된 피의자 등을 정지하여 머물도록 할 수 있으나 20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중죄가 범해졌다고 믿을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주행중인 차량을 정지시켜 수색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정지명령을 이행시키기 위해 실력행사를  할 수 있으나 단,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실력행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옷을 위로 두드려 위험한 물건을 수검할 수 있습니다.

 

<일본>

 

대체로 우리와 비슷합니다.

즉 정지, 질문, 동행요구 등을 할 수 있읍니다. 강제연행 금지와 질문에 대한 답변거부권도 인정됩니다. 소지품에 대해서 검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검문자의 승낙하에 하고 실제 운용도 우리보다는 좀 엄격한 듯 합니다만 필요성,긴급성,상당성이 있는 경우 승낙없는 강제검사가 판례상 인정됩니다. 

 

<뉴욕경찰의 불심검문>

 

 

블로거의 생각은?

 

찬반의 뜨거운 논란에 불구하고 본 블로거는 길을 가다가 경찰관이 나에게 불심검문을 하겠다고 한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입니다. 물론 내가 범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만한 수상한 거동을 하였다고 보인데 대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심검문을 통해 단 한 명의 지명수배자라도 검거되고 흉악범죄가 단 한 건이라도 예방될 수 있다면 잠깐동안의 기분나쁨과 불편은 잠재적인 범죄피해자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감수하고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문을 실시하는 경찰관은 신분을 증명하고 예의바르게 검문을 실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법에 검문불응권이 보장되었지만 저는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협조가 있어야 불심검문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불심검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잠재적 범죄자들도 거리낌없이 흉기를 가방에 담아 들고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성들을 미행하거나 납치하려고 서성이는 짓을 조금은 삼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권보호와 범죄예방이라는 두가지 이익은 상충됩니다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느쪽을 더 우선시해야하는지는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소지품을 모두 꺼내어 검사하고 투시검사를 한다고 인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항공기납치나 테러로 인한 엄청난 사고와 피해를 다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때 검색대를 지나야 하고 소지품을 꺼내라고 한다면 절대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하철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령 하루가 멀다하고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난다면 어떨까요..아마 공항보다 더 엄격하게 검문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불심검문이 논란이 되는 것은 벌써 우리 사회에 그만큼 흉악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고 이를 막기위한 다른 방법이 뾰족하게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저는 예전의 나영이와 이번 고종석사건으로 피해입은 나주의 어린 여자애를 기억하면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적극 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경찰권과 공권력의 남용이 있거나 정권유지를 위해 불심검문이 악용되는 사례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이에 대해 결코 침묵하거나 용인하지 않을 것임과 그래서 다시는 인권이 침해되는 권위주의적인 정부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없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 추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찬반 양측이 웹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저는 이 문제는 간단히 풀리는 산수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정답이 하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서 옳은  답이 저 곳에서 틀릴 수 있고, 오늘의 정답이 내일은 정답이 아닐 수 있으며, 나에게 정답이 다른 사람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서로 다른 의견을 모아서 가장 현실에 적합한 또 부작용이 적은 타협점을 찾아 정책에 반영하고 불심검문에 협조하거나 또는 거부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각자에게 맡김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댓글로 불심검문이나 제 포스팅에 대한 첨예한 찬반 주장을 피력하시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인권침해와 범죄예방의 사이, 거리 불심검문…네티즌들 반응이?

 [사설] 불심검문, 마구잡이식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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