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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쓴 편한 글

세월호 침몰사고 이제 그만 슬퍼하자. 학생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말자

by 마니팜 201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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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지 닷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동안 수백명의 구조요원이 험한 물살과 악조건속에서 구조를 서둘렀지만 단 한 사람도 구출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자꾸 구명조끼를 입고 기울어가는 선실에서 웅크리고 대피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땅에 떨어진 국가적 자존심


구조작업과 상황발표에 우왕좌왕하는 관계당국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틈을 타서 악성루머와 댓글로 실종자가족과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악질들도 나옵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선장과 선원들은 학생들을 선실에 가둔 채 구차한 목숨 구하겠다고 혼자만 도망쳐나오는 패륜을 저지르고 방송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특종보도라고 근거없는 인터뷰로 실종자가족과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합니다. 


구명정에 여성과 아이들을 모두 태워 보내며 기립정렬한 채 

죽음을 맞은 영국 버큰헤드호의 군인들


신속한 보도라는 미명하에 전해지는 자극적인 소식들은 시청자들을 더욱 혼돈과 실의에 빠뜨립니다. 똑 같은 주제를 방송하기 때문에 타 방송과 차별화하기 위해 소위 전문가라는 분들을 데려다가 사고원인이며 구조작업방향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과 비판과 질타를 반복합니다. 


방송을 보고 들으며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유일하게 가난에서 탈출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운 위대한나라,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고 유엔총회의장을 배출한 나라, 별그대 드라마 한편으로 커다란 중국을 들썩이게 하고 한류와 케이팝으로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자랑스런 나라, 첨단 IT기술을 갖춘 인터넷강국이라는 자신감과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립니다. 


온 국민이 아이들을 어처구니없이 죽게 하였다는 자책감과 단 한 명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 이 모든 것이 어른들의 탐욕과 무지, 교만과 게으름 때문이라는 생각때문에 슬픔과 함께 가슴속 깊이 쌓이는 트라우마를 쉽게 없앨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또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모두가 죄인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분들이 대형사고만 나면 방송에 나와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연근해 여객선사의 영세성과 일본에서 사오는 선령이 다 되어 가는 중고선박, 도입후 승객정원과 적재화물량을 늘리기 위한 선박개조, 그로 인해 선박의 중심이 무너지고 전복사고의 위험이 높아진 다는 점, 1척당 13분밖에 쓰지 않는 형식적인 선박 안전점검, 관행이 된 과적과 정원초과, 항해사의 경험미숙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고귀한 희생, 자랑스런 버큰헤드호의 전통


하지만 위험이 보였다면 왜 진작에 그런 사실들을 고발하여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단골승객중에는 세월호에 싣는 화물의 결박의 늘 허술하였고 구명정이 쇠사슬로 묶여 있어 긴급시 쓸 수 없었다고 증언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왜 진작 이런 점을 신고하여 고치도록 하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 위험을 보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과 나하고 상관없는 귀찮은 일로 치부하여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은 아닌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영호가 침몰하여 수백명의 생명이 희생된 지 44년여가 지났지만 재난과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준비태세는 그때에 비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듯 합니다


각자가 책임과 역할을 다 해야


정말 어이없고 참담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번 사고가 우리에게 이런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수습하고 해결하는 대처능력이 모자라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자원과 능력이 부족하여 이 많은 희생을 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객의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선사, 훈련받지 못하고 사명감 부족한 선원들, 대충 형식적인 점검으로 면피하려는 감독당국, 말로만 안전을 내세우며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부처들까지 마땅히 해야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눈가림으로 일을 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인 것입니다


방심과 무관심, 무책임과 탐욕이 결합하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 또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극의 원인은 우리 모두가 제공한 것이다 


입만 열면 국민행복을 내세우고 안전을 최우선하겠다고 해서 부처이름까지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지만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크게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한편 대형사고만 터지면 무능한 정부와 탐욕스런 기업,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인 사고관련자들을  욕하면서도 민방위훈련을 귀찮아하고 나만 편하자고 좁은 도로에 불법주차하여 소방활동을 방해하거나 구급차의 현장출동길을 막는 낮은 시민의식우리 모두도 이번 사고의 간접적 원인제공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꽃다운 목숨을 앗긴 학생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우리 국민이 더 이상 비탄에 빠져 자책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재난과 안전에 대한 범국민적 의식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방재시스템을 개선하고 비상대비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위험에 대한 시민의 일상감시역할과 안전의식 제고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당신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앞으로 우리는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위험에 처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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