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돌 한글날이 모레로 다가왔습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자랑스러운 우리 문자 한글.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에게 수출되어 찌아찌아어를 표현하는 문자로 사용되기도 하는 아름다운 우리 글입니다.
일제의 침탈하에서 우리 조상들은 아름다운 우리 말을 온전히 지키려고 애썼고 반면에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서 한글 사용을 금지시키고 일본어를 강제로 배우게 하였습니다. 그만큼 한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의 얼과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데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이자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말과 글이 적지 않게 오염되고 변질되어 가고 있는 듯하여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모바일폰 등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말과 글이 압축되고 변형되어 사용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은어,비속어들로 인해 세대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말과 글의 훼손중에도 심각한 것은 욕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요새 아이들 욕쟁이가 많습니다. 욕쟁이할머니가 뉴스에 나와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만 요즘 초중고 학생들 자기네들끼리 얘기할 때 욕을 섞지 않고서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욕쟁이할머니 이상입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녹음기를 소지하게 하고 4시간후 조사하였더니 싸우는 것도 아닌데 학생 1명이 시간당 평균 약 50회, 1분 15초에 한번씩 욕설을 쉴 새 없이 욕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적의를 가지거나 다투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욕을 섞어 쓴다고 하니 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곁에 있으면 민망스럽고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사용되는 욕설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여 ▲ '×나' '×까' '×됐다' '×발' '×발놈' '×발년' 등 성적(性的)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욕설 ▲'병신' '새끼' '병신새끼' '돼지새끼' '잡새끼' '미친년' 등 상대방을 비하하는 욕설 ▲'닥쳐' '뒤져' '처맞을래' '눈깔아' 등 상대방을 위협하는 욕설 ▲'아가리' '모가지' 등 신체 일부를 비하하는 욕설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쩐다(어떤 상황이 매우 대단하다)' '엠창(상대방의 엄마를 창녀라고 욕하는 말)' '야려(째려봐)' 같은 저속한 신조어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 싸운 것도 아닌데… 학생 1명이 4시간동안 385번 욕설>
원래 욕 또는 욕설(辱說)은 남을 흠집내고 욕보이기 위해서 사용되는 말입니다. 반어적으로 쓰여 애칭으로 부르거나 술자리 등의 여흥시 농담조로 하는 특별한 경우(아이를 내 새끼, 강아지라고 부르거나, 경상도에서 아이고 문둥아 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경우 등)를 제외하고는
욕을 듣게 되면 기분이 상하게 되고 심하면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청소년들의 욕은 하는 사람도 특별한 적개심과 분노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듣는 사람도 그리 기분나쁘게 듣거나 모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성인들의 욕과는 성격이 좀 다르게 생각됩니다
왜 이렇게 청소년들이 욕설문화에 물들어 있을까 하고 궁금하였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결과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언어사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주로 또래 친구들이나 인터넷, 휴대폰, 게임, 영화 미디어 등을 통해 욕을 배우고 경험하게 되며 욕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비율은 2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체 사용합니다. 그리고 과반수이상은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욕설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길을 가다가 어린 여학생들이 성적 의미가 있는 욕설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은 이들이 욕설의 의미를 이해하고 또 욕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목적으로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욕설을 내뱉는 경우라도 욕을 자주 하게 되면 성장기 청소년들의 정서에는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욕의 속성상 욕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말과 행동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되고 합리적인 사유와 판단보다는 즉흥적이고 단발적인 감정에 쉽게 젖게 됩니다.
타인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관용하는 너그러운 성품보다는 힐난하고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왜곡된 성품을 갖게 되기도 쉽다는 걱정이 듭니다. 그래서 인터넷상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댓글 역시 이러한 청소년들의 욕설문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언어사용실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데에는 기성세대들의 잘못이 적지 않습니다. 성적과 입시위주의 교육, 공부만 잘하면 나머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신경, 권위만 내세우는 대화부재의 가정 등 청소년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자신들만의 욕설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스승으로 존경받지 못하고 대학 수험기술 전수자 정도로 생각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온 공교육 부재의 현실이 요새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 선생님을 "꼰대'나 '담탱이'로 부르도록 스스로 자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거기에 더하여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영화, 코메디, TV프로 등 미디어에서도 흥행을 위해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청소년들의 취향에 영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속하고 과격한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개그맨 박성광이 욕 대신에 꽃을 주자는 이벤트를 한다고...>
아무튼 때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에 청소년의 욕설문화에 대해 경계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러가지 전문가들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됩니다. 욕많이 하는 학생 학생부에 기록하여 대학갈 때 불이익준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는데 현실성이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현상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思言行)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바른 말을 써야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바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우리 청소년들이 오염된 욕설문화에서 탈피하여 바른 언어 생활로 건강하고 활달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원합니다
<참고기사 링크>
욕설에 멍드는 교실...초중고생 65% 매일 사용
위험수위 넘어선 청소년 욕 사용 실태
'x발'은 인기트윗… '청소년 욕설'엔 갑론을박
[편집자에게] "우리 아이들 입에서 욕설이 사라졌어요"
"아~ 내가 쓴 욕이 이런 뜻… 알고나니 못 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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