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열풍과 진정한 명품 사랑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사랑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품공화국"이라는 비아냥섞인 말과 "명품"이라서가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가지려고 한다는 비뚤어진 소비심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비율이 사상최대이고 높은 실업율과 고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왜 이렇게 명품열풍이 부는 것인지 이유를 짐작하기 쉽지 않은 이상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품열풍의 현실

샤넬, 구찌, 루이 뷔통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이러한 명품열풍을 이용하여 국내 판매를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실제로도 명품매출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고급백화점이나 전문샵, 수입업체들도 이 기회에 매출을 높이기 위해 각종 판촉전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TV홈쇼핑에 명품이 등장하고 대형마트의 사은행사에 명품가방이 사은품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선호는 어느 나라에 못지 않았지만 최근의 명품열풍은 단순히 명품을 좋아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명품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듯 합니다

백화점 명품매장에는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열이 낯설지 않고 젊은 대학생들까지 소위 명품백이나 명품시계, 명품 청바지 하나 입고 들지 않으면 취급해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명품을 사기위해 아르바이트틀 한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고등학생마저도 명품 브랜드의 신발만을 찾는 우리의 현실은 지나친 것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정품 명품을 사지 못할 바에는 짝퉁이라도 들어야겠다는 사람들때문에 심심치않게 짝퉁명품 적발뉴스가 나오고 루이뷔통이나 구찌백의 짝퉁을 몇초에 하나씩 볼 수 있다하여 3초백이니 5초백이니 하는 신조어도 나옵니다

지하철에 타면 앞줄 좌석 아주머니와 옆자리 직장여성이 똑 같은 루이뷔통 네버풀을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명품에 몰두하는가

전문가들은 여러가지로 분석합니다.

베블렌효과(Veblen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쌀수록 사람들이 더 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비싼 가격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싼 것보다는 비싼 것을 더 선호하는 역설적인 소비심리가 명품을 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일리있습니다. 체면과 위신을 몹시 따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가 이러한 베블렌효과와 맞물려 명품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가져온다는 것은 일리있는 이야기입니다.

명품중에서도 브랜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즉 명품인줄 금방 알 수 없는 악세서리나 의류보다는 브랜드와 명품이 표가 나는 가방, 시계 등이 선호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명품가방에 커다랗게 가격표시를 해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소비와 차별화되어야겠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명품선호를 불러 온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모두가 루이뷔통을 들면 자신은 그보다 좀 더 비싼 에르메스를 들어야겠다는 경쟁심리입니다.

자신의 소득과 상관없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명품을 하나의 신분의 증명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명품브랜드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 우습게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피해의식과 사람을 내면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가진 것과 겉에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는 금전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의 저급한 대인관이 명품선호심리를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우리의 명품선호 열풍의 이면에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승자독식의 부의 독점으로 계층이 고착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근본적 허무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고 봉급을 아등바등 모아봐야 집한칸 제대로 장만하기 힘든 각박한 현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차라리 표피적이고 단발적인 명품소비로 도피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피적 명품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카드회사와 은행들의 카드 할부서비스와 대출마케팅이라고 하면 지나친 이야기일까요

 

더러는 숨막히는 경쟁사회의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만한 레저나 오락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사람들을 명품소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레저와 오락, 스포츠와 여흥의 문화적 토양이 풍부한 호주, 캐나다 등은 상대적으로 소비문화가 덜 중요시되고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명품에 빠지는 경우가 없다는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유럽이 명품의 본고장이면서도 명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꼭 가져야 한다든가, 갖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돈 있으면 하나쯤 살 수도 있고 명품 가방 하나 샀다고 해서 대단히 자랑스럽고 뽐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분석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스타나 한류스타들을 이용한 명품브랜드들의 협찬홍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선호심리를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우상화하여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들을 가짐으로써 동격이 되고자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명품이란 사치품이 아닙니다. 이 말은 명품중에는 고가품, 사치품도 있을 수 있지만 명품이 모두 사치품, 고가품이 아니고 사치품과 고가품이 또 모두 명품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인의 혼이 들어 있는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제품이 명품이 되는 것이고 그 완벽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명품사랑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명품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비싼 명품브랜드가방을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것만이 명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분수와 소득에 맞게 한두개의 명품을 사서 잘 관수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서 벗어나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만을 찾는 것은 명품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그렇게 해서 사들인 물건은 '명품'이 아니라 저급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치품'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사랑이 꼭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명품을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명품브랜드의 가방을 꼭 하나 소유해야겠다는 소유욕이나 허영심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지나친 명품선호심리는 진정한 명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장식하는 비싼 홍보물을 하나 사려는 왜곡된 소비심리로 보여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쳐져야할 사회병리적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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